영상의 80%는 기획이다 – AI가 바꾸는 영상 제작의 미래

지난 9월, 경남 영화영상 아카데미에서 주최한 특강에 다녀왔습니다. 주제는 <구글 veo3로 본 AI 영상 제작의 현재>. AI 시대에 영상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기획입니다. AI 영상 기획 및 제작의 실제 사례들을 공유합니다.

영상의 80%는 기획이다 – AI가 바꾸는 영상 제작의 미래

5천만 원이 100개로 쪼개지는 시대

지난 9월, 경남 영화영상 아카데미에서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제안한 주제는 <구글 VEO3로 본 AI 영상 제작의 현재>였습니다. VEO3가 요즘 핫하다는 이유였죠. 그런데 강의를 준비하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과연 VEO3가 진짜 중요한 걸까?’

강의 시작 전,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은 AI로 제작한 영상을 더 좋아할까요? 아니면 그런 거 상관없이, 그냥 좋은 결과물을 원할까요?”

당연히 후자입니다. 우리 회사는 한 달에 약 30곳에 영상을 납품합니다. 지난 3년간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면서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클라이언트는 AI로 만들었는지 아닌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목적에 영상이 얼마나 잘 봉사하는지만 신경 씁니다.

판매용이면 판매가 되어야 하고, 홍보용이면 홍보가 되어야 하고, 교육용이면 교육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최근 영상 시장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 같으면 대기업에서 5천만 원짜리 영상 하나를 주문했다면, 이제는 “5천만 원 줄 테니까 50개 만들어주세요”라고 합니다. 정부 프로젝트는 더 심합니다. 큰 예산을 100개로 쪼개서 던집니다.

왜일까요? AI가 있잖아요.

클라이언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AI로 하면 되지 않나요?”

단가는 반으로 줄고, 물량은 10배로 늘어나는 시대.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기획의 재발견: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은 촬영 전에 완성된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VEO3, 런웨이, 나노바나나, 클링 같은 툴 이름을 외우느라 바쁩니다. 날마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어제의 챔피언이 오늘 구식이 되는 판이니까요. 실제로 GPT가 한때 LLM의 왕좌에 있었지만, 지금은 업무용으로는 클로드가 압도적입니다. 이미지 생성은 미드저니에서 나노바나나로, 음성은 일레븐랩스에서 슈프톤으로 트렌드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 핵심 질문

“툴을 다 배우면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제 대답은 명확합니다. 아니요.

좋은 영상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입니다. 제 경험상 영상 제작에서 기획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입니다. 기획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툴을 써도 산으로 갑니다.

봉준호 감독을 떠올려보세요. 그의 영화가 디테일하다고 모두들 말합니다. 그 디테일은 어디서 나올까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지시하는 꼼꼼함? 아닙니다.

🎬 봉준호 감독의 비밀

촬영 전부터 몇 년 동안 준비된 디테일입니다.

영화의 1시간 35분 몇 초에 어떤 장면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왼쪽에서 들어올지 오른쪽에서 들어올지까지 전부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명작이 나옵니다.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명작이 나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1. AI 시대의 영상 기획 단계: 클라이언트 녹취록에서 완성된 기획안이 나오기까지

저희 사다리필름이 AI의 도움을 받아 영상을 기획하는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와의 회의를 어떻게 영상 기획으로 바꿀까요?

1단계: 회의 녹취

클라이언트와 회의할 때 녹음 허락을 받고 전체 대화를 녹취합니다. 2시간이든 1시간이든, 전화 통화도 괜찮습니다. AI 시대 이전에는 이 녹취록을 가지고 돌아와서 팀 회의를 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어떤 걸 원하는 것 같다”
“가장 좋은 톤앤매너는 뭘까”
“시나리오는 어떤 게 있을까”

회의하고, 고민하고, 또 회의하고… 보통 며칠이 걸렸죠.

2단계: LLM에게 분석 요청

이제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S사의 냉장고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유럽풍 고급 가전 브랜드죠. 클라이언트와의 대화 녹취록을 우리 회사 AI 어시스턴트 시스템에 넣습니다. (클로드 기반으로 만든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명령합니다:

“첨부한 녹취록을 기반으로,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가장 잘 반영하는 톤앤매너와 스토리 콘셉트를 3개의 안으로 추출하여 제안하라.”

3단계: 즉시 나오는 구체적인 제안

그러면 AI가 무엇을 해줄까요?

📋 AI가 제안한 콘셉트

【타겟 분석】
– 30대 여성, 경제적 여유, 인테리어 관심층
– 가전을 ‘테리어’로 보는 시각

【콘셉트 제안】

1. “70년의 장인정신”
– 클래식 유럽 감성
– 헤리티지 스토리텔링
– 카메라워크: 슬로우 패닝, 디테일 클로즈업

2. “일상 속의 예술품”
– 라이프스타일 중심
– 주방을 갤러리처럼
– 카메라워크: 스테디캠, 자연광 활용

3. “기술과 예술의 만남”
– 현대적 감각
– 기술 디테일 강조
– 카메라워크: 다이나믹 무브먼트

각 콘셉트마다 상세 콘티까지 샘플로 보여줍니다. 심지어 몇 초 동안 어떤 샷으로 찍을지까지 제안합니다.

이 과정이 얼마나 걸릴까요? 5분입니다.

4단계: 선택과 구체화

클라이언트와 함께 3가지 안을 검토합니다. “세 번째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 다시 AI에게 요청합니다:

“세 번째 콘티 중 첫 번째 시퀀스의 3개 샷에 대해, AI 영상 생성을 위한 스타일 프롬프트와 음악 스타일 프롬프트를 추출하라.”

그러면 이렇게 나옵니다:

【영상 생성 프롬프트 – Shot 1】
“Italian villa kitchen at golden hour, warm sunlight streaming through large windows, SMEG refrigerator as centerpiece, cinematic lighting, Rembrandt lighting technique, shallow depth of field, film grain texture…”

【음악 생성 프롬프트】
“Elegant Italian morning ambience, acoustic guitar and soft piano, warm and nostalgic mood, 90 BPM, instrumental only…”

이 프롬프트를 그대로 Suno(음악 생성 AI)에 넣으면, 즉시 배경음악이 나옵니다. S사 냉장고 라인업이 쫙 펼쳐지는 장면에 딱 맞는 음악이죠. 저작권? 걱정 없습니다. Suno 유료 버전을 사용중이라면, 상업적 사용이 가능합니다.

전문 언어의 힘: 왜 유식한 말을 써야 AI가 말을 듣는가

여기서 핵심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AI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조금 어둡고 멋있으면서 굉장히 의미가 깊은 느낌으로…”

AI는 이런 추상적인 표현을 못 알아듣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조명 용어의 예

아래의 사례들을 한번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전문 조명 용어

“렘브란트 조명(Rembrandt Lighting)”
– 한쪽에서 빛이 비쳐 얼굴에 삼각형이 생기는 조명
– 인물의 깊이와 드라마를 표현

“텔레브리즘(Tenebrism)”
– 극단적 명암 대비
– 감정 고조, 고뇌의 순간 표현

“벨벳 블랙(Velvet Black)”
–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는 깊고 부드러운 어둠
–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에 적합

이 모든 걸 통틀어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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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AI에게 전달하려면, 이 용어들을 알아야 합니다. “조금 어둡고 멋있게”를 A4 용지 200장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키아로스쿠로 기법, 렘브란트 조명 활용” 이 한 줄이면 끝입니다.

스타일 용어의 예

제가 강의 자료로 준비한 영상/영화 스타일 언어 트리를 보여드렸습니다: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 사이파이, 슈퍼히어로, 디재스터
  • 인디펜던트: 선댄스 스타일, 다큐멘터리 톤
  • 아트시네마: 네오리얼리즘, 프렌치 뉴웨이브
  • 장르 필름: 느와르, 호러, 스릴러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 필름 느와르(Film Noir)

– 베네시안 블라인드 그림자
– 하이 컨트라스트
– 모노크롬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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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AI에게 “블라인드에 해가 비쳐서 얼굴이 얼룩덜룩하게…”라고 설명하면 잘 못 알아듣습니다. 하지만 “Film Noir, Venetian blind shadow”라고 하면, 즉시 정확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왜 그럴까요?

AI를 처음 훈련시킬 때, 수천만 장의 이미지에 이런 전문 용어를 태그로 붙여놓았기 때문입니다. “베네시안 블라인드”라는 단어와 그 특정한 시각적 패턴이 이미 연결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원칙: 유식한 말을 쓰는 사람이 AI를 지배한다

AI를 잘 쓰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1. AI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
  2. 원래 그 분야 전문가?

정답은 2번입니다.

생각해보세요. VEO3라는 신품종 경주마가 나왔다고 칩시다.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는 말입니다. 이 말을 잘 타는 사람은 말을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일까요, 아니면 당락을 잘 타는 사람일까요?

당연히 말 잘 타는 사람입니다.

8~9년 전, 캐논에서 시네마 라인 디지털 카메라가 나왔을 때를 기억합니다. “이제 천만 원으로 1억짜리 카메라 퀄리티를 낼 수 있다!” 아마추어들이 난리가 났었죠. “나도 영화 찍을 수 있다!”

3~4년이 지나고 보니 어떻게 됐을까요? 결국 프로가 그 카메라를 씁니다. 잘 찍던 사람이 더 좋은 도구를 쓰면 더 잘 찍습니다.

🎯 AI 시대의 진실

영상을 잘 만들던 사람이 AI를 쓰면 더 잘 만듭니다. 영상 문법을 아는 사람, 조명을 아는 사람, 편집을 아는 사람이 AI 시대에도 승자입니다.

2. AI 영상 제작 실전 사례(1): 72시간 만에 완성한 A병원 프로젝트

저희 사다리필름 제작팀의 실제 프로젝트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실제 클라이언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편의상 A병원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프로젝트 배경

A병원 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중환자실 보호자들이 대기실에서 23시간 30분을 기다려야 30분 면회를 할 수 있습니다. 그 긴 기다림의 고통을 아는 간호사들이, 크리스마스에 직접 모루 인형을 만들어 보호자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그 따뜻한 사연을 영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뢰였습니다.

문제가 있었습니다. 중환자를 촬영할 수 없고,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연기로 찍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안했습니다. “AI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예산? 500만 원. 옛날 같으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2천만 원은 넘어갔을 겁니다.

제작 과정

1단계: 나레이션 기획 (LLM 활용)

간호사가 쓴 수기를 받아서 LLM에 넣었습니다:

“이 사연을 2분 30초 분량의 영상 나레이션으로 재구성하라. 톤은 따뜻하지만 감상적이지 않게, 사실적이면서도 감동을 전달하도록.”

10분 만에 나레이션 초안이 나왔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고 피드백 받아 수정. 최종본 완성까지 2시간.

2단계: 음성 생성 및 톤 조절 (Supertone 활용)

슈퍼톤에서 여러 목소리 샘플을 만들어 들려줬습니다:

  • 여성 음성 #1: 약간 낮은 톤, 차분함
  • 여성 음성 #2: 중간 톤, 따뜻함
  • 남성 음성: 신뢰감

클라이언트가 첫 번째 여성 음성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작업이 시작됩니다. AI 음성은 처음에 로봇처럼 읽습니다. 그래서 수동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 톤(Pitch): 문장별로 높낮이 조절
  • 억양(Intonation):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폭 조절
  • 속도(Speed): 중요한 부분은 느리게, 전환부는 빠르게
“각종 기계에서 울려퍼지는 알람 속, 신경계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의 의식 상태 변화와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처음에는 평평하게 읽었습니다. “알람 속” 부분의 톤을 올리고, “미세한 움직임”에서 폭을 줄이고, “중요한 의미”에서 속도를 늦췄습니다. 이런 식으로 전체 나레이션의 모든 문장을 조절했습니다.

3단계: 이미지 톤 확립 (GPT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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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상의 시각적 톤을 정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톤이 나올 리 없습니다. 약 30번 정도 시도해야 원하는 느낌이 나옵니다.

첫 시도: “Hospital ICU waiting room, nurses, warm atmosphere” → 너무 밝고 만화 같음

두 번째: “Realistic hospital scene, soft lighting, emotional” → 너무 어둡고 우울함

세 번째: “Documentary style, warm but professional, hospital setting” → 조금 나아짐

열 번째: “Cinematic realism, natural window light, gentle shadows, hospital waiting room with worried family members” → 좋아지기 시작

✅ 최종 확립된 스타일 키워드

전체 분위기:
– Modern anime-style illustration
– Clean vector lines
– Refined and contemporary atmosphere
– Pastel and neutral tones without vintage filter

조명 기법:
– Smooth and cool lighting (중환자실 장면)
– Smooth and creamy lighting (따뜻한 장면)
– Natural daylight through windows
– Soft but crisp textures

배경 처리:
– Softly diffused background
– Impressionistic texture (의료 기기, 스크린)
– Slight background blur
– Minimal textures with smooth finish

감정 표현:
– Emotional and quiet mood
– Realistic natural lighting
– Subtle signs of worry and tension
– Blend of relief and quiet emotion

이 키워드들을 모르고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동적으로”, “현대적인 느낌으로”라고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절대 못 얻습니다.

4단계: 일관성 유지의 어려움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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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만 해도 가장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인물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중환자실 장면의 간호사와 대기실 장면의 간호사가 다른 사람처럼 나옵니다. 톤을 잡느라 밤을 샜습니다. 같은 프롬프트를 넣어도, 조금만 조건이 바뀌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나노바나나(Nano Banana)가 나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첫 장면의 인물을 레퍼런스로 지정하면, 다음 장면에서도 같은 인물이 유지됩니다. 혁명적인 변화였죠.

지금 이 프로젝트를 다시 한다면? 절반 시간에 더 좋은 퀄리티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5단계: 동영상화 (Kling, Runway 활용)

스틸 이미지들이 완성되면, 이제 움직임을 넣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 움직임도 기획 단계에서 결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포옹하는 장면이 있다면:

  • 시작: 두 사람이 1미터 떨어져 서 있음
  • 중간: 걸어가서 포옹
  • 끝: 포옹을 풀고 얼굴을 보며 미소

이게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어야 합니다. 봉준호 감독처럼 말이죠.

이 스틸 컷들을 Kling과 Runway에 넣어서 동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각 플랫폼의 장단점이 있어서, 장면에 따라 다른 툴을 사용했습니다.

⏱️ 총 제작 시간: 72시간

– 기획 및 나레이션: 1주일
– 방향 확정 후 실제 제작: 2.5일

클라이언트의 반응?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게 정말 AI로 만든 건가요?”

3. 사례 (2): B사의 사내 윤리 영상의 꾸안꾸 전략

실사 영상에 AI를 섞는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B사의 사내 윤리 교육용 드라마였죠.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었습니다. 직원이 사내 간식을 조금씩 가져가다가 결국 문제가 된 경우였습니다. 이걸 극화해서 보여주되, 시간의 경과를 표현해야 했습니다.

문제: 계절 변화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실제로 1년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세트에서 촬영하자니 예산이 부족합니다.

해결: AI로 창밖 풍경만 바꾸기

  1. 사무실 장면을 실제 촬영
  2.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AI로 생성 (봄, 여름, 가을, 겨울)
  3. 각 계절 이미지를 Kling에서 동영상화
  4. 실사 영상과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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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사 로고입니다. AI는 글자를 정확하게 못 만듭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의 뇌는 얼굴을 볼 때 70%의 에너지를 눈에 집중합니다. 간판을 볼 때도 90%의 에너지를 글자에 집중하죠. 하지만 AI는 모든 것을 동등하게 봅니다. 글자든 배경이든 그냥 “형태”로만 인식합니다.

우리에게 아랍어가 이미지로 보이듯이, AI에게는 한글이 이미지로 보입니다.

해결 방법: Kling의 기능을 활용해서 특정 위치에 회사 로고를 지정해서 삽입했습니다. 이렇게 수동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결과: “이게 AI예요?”

완성된 영상을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줬을 때,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어? 이 부분이 AI인가요? 실제 촬영 같은데…”

💎 꾸안꾸 전략의 핵심

AI를 썼는지 안 썼는지 애매하게 만드는 것.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VFX가 아니라, “조금 더 나은 현실”을 만드는 것.

클라이언트들이 진짜 좋아하는 건 이겁니다:

  • 대놓고 AI 티 나는 것 → 예산이 없어서 이렇게밖에 못 만들었구나
  • 실사인데 조금 업그레이드된 것 → 예산을 효율적으로 잘 썼네!

4. 사례 (3): 꾸안꾸 전략의 정수 – C사 내부 행사 영상

또 다른 프로젝트를 소개하겠습니다. 대기업 C사의 내부 행사 영상이었습니다.

이 영상은 실사와 AI를 섞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제작했는데, 완성본을 보면 어디가 AI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의도한 것이었죠.

영상 구성과 AI 활용 포인트

영상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 지구에서 시작해 회사 사옥으로 줌인하는 오프닝
  • 무대에서 발표하는 임직원들
  • 객석의 관객들
  • 기립박수를 치는 장면

여기서 AI가 개입한 부분은 정확히 세 곳입니다.

1. 지구에서 사옥으로 들어가는 오프닝

Headsfield라는 VFX 템플릿 서비스를 활용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원래 템플릿이 ‘줌 아웃’용이었다는 점입니다. 실내에서 시작해서 우주로 나가는 효과였죠. 우리는 그걸 역재생해서 ‘줌 인’ 효과로 만들었습니다.

2. 관객들의 표정 수정

실제 촬영본의 가장 큰 문제는 관객들이었습니다. 회사 행사라는 특성상 모두가 긴장하고 엄숙한 분위기였습니다. 너무 무표정하게 앉아 있어서 영상에 생기가 없었죠.

그래서 AI로 표정을 수정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표정으로 바꿨습니다. 과하지 않게, 마치 원래 그렇게 찍힌 것처럼 말이죠.

3. 기립박수 장면

원본에서는 모든 관객이 앉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표의 하이라이트 순간에는 좀 더 역동적인 모습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관객을 AI로 일어서서 박수치는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반응

원본과 수정본을 비교해서 보여드렸을 때, 클라이언트의 반응은 명확했습니다.

“완벽합니다!”

중요한 건 그들이 “AI로 만들어서 좋다”고 말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냥 “결과물이 좋다”고 했습니다. AI를 썼는지 안 썼는지는 관심사가 아니었죠.

🎨 꾸안꾸 전략의 진실

클라이언트들이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일까요?

우주선이 날아가는 할리우드 VFX? 아닙니다.
실제 촬영했지만 “조금 더 나은” 결과물입니다.

AI를 안 쓴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이것이 현실 프로젝트에서 AI를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관객의 표정 하나, 자세 하나를 자연스럽게 바꾸는 것. 이런 디테일이 전체 영상의 인상을 완전히 바꿉니다. 그리고 이게 가능해진 건 바로 최근 몇 달 사이의 일입니다.

핵심 인사이트

여기서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환호하는 AI는 환상적인 할리우드 VFX가 아닙니다. “꾸안꾸”입니다.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애매한 것, 살짝만 건드려서 원래 그랬던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실사 + AI를 섞는 3가지 방식:

  1. 전체 AI: 처음부터 끝까지 AI로 제작 (A병원 사례)
  2. 부분 AI: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만 AI로 처리 (계절 변화)
  3. 업그레이드 AI: 실사 위에 살짝 개선 (표정)

세 번째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클라이언트 만족도도 높습니다.

AI 시대의 영상 제작자가 갖춰야 할 3가지

트랙 1: 툴에 대한 지속적 학습

VEO3, 나노바나나, 클링, 런웨이, 슈퍼톤… 이런 툴들은 계속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툴들은 한 달이면 구식이 됩니다. GPT가 한때 LLM의 왕이었지만, 지금은 업무용으로는 클로드가 압도적입니다. 미드저니가 이미지 생성의 왕이었지만, 지금은 나노바나나가 인물 일관성에서 앞섭니다.

중요한 것: 툴은 습관처럼 계속 배워야 하지만, 툴에 집착하면 안 됩니다.

트랙 2: AI의 본질 이해

툴보다 한 단계 더 메타적인 공부가 필요합니다. AI라는 존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저는 AI를 가르칠때 항상 강조하는 질문 원칙이 있는데요! 바로 PE7입니다. 그 중에서 PE 3까지는 기본적으로 사용하여 질문하세요.

🎯 AI 질문의 기본 원칙 PE3

PE1 – Persona (너는 누구)
“너는 내과 의사이자 정신과 의사이며 피지컬 트레이너이다.”

PE2 – User (나는 누구)
“나는 40대 초반에 영상을 취미로 하는 비만남이며 운동은 절대 하지 않고 살을 빼고 싶다.”

PE3 – Objective (목표)
“3개월 후까지 10kg를 빼서 건강검진 수치를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다.”

거기에 영상을 위한 이미지를 뽑기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스타일 키워드를 구체적으로 요청합니다.

Style keyword (스타일 키워드)
“Rembrandt lighting”, “Film Noir”, “Chiaroscuro”

이 4가지만 명확하게 해도, AI의 답변 퀄리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제로 보여드렸습니다:

일반 질문: “어떻게 하면 살을 뺄 수 있니?”
→ AI의 답변: 뻔한 다이어트 조언들…

위 4가지 적용: 위의 4가지 요소를 명확히 제시
→ AI의 답변: 구체적인 식단, 단계별 로드맵, 영상 촬영과 연계한 동기부여 전략까지…

차이가 엄청납니다.

여기서 핵심: AI를 잘 쓰는 사람은 AI 전문가가 아니라, 사람에게 일을 잘 시키는 사람입니다.

편의점 알바생에게 일을 시킨다고 생각해보세요:

  • “알아서 잘해” → 망함
  • “너는 계산을 담당하고, 매대 정리는 이렇게 하고, 손님 인사는 이렇게 하고…” → 잘함

AI도 똑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전문 용어로 지시하는 사람이 AI를 지배합니다.

트랙 3: 전문 지식의 심화

가장 중요한 트랙입니다.

AI 시대에 승자는 누구일까요?

원래 그 분야 전문가입니다.

  • 영상을 잘 만들던 사람이 AI를 만나면 → 더 잘 만듭니다
  • 영상을 못 만들던 사람이 AI를 만나면 → 여전히 못 만듭니다

비유를 들어드렸습니다:

시속 100km 달리는 신품종 말(VEO3)이 나왔습니다.

  • 말을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이 잘 탈까요?
  • 말을 잘 타던 사람이 잘 탈까요?

당연히 후자입니다.

1억짜리 성능을 내는 천만 원짜리 디지털 카메라(시네마 라인)가 나왔습니다.

  • 8~9년 전, 아마추어들이 난리: “나도 영화 찍을 수 있다!”
  • 3~4년 후: 결국 프로들이 그 카메라를 씁니다

AI도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요?

  1. 영상 문법: 카메라 워크, 편집 리듬, 시퀀스 구성
  2. 조명 이론: 렘브란트, 텔레브리즘, 클램셸, 하이키/로우키
  3. 색 이론: 컬러 그레이딩, 색온도, 색심리
  4. 스타일 언어: 느와르, 뉴웨이브, 다큐멘터리, 시네마틱
  5. 그리고 인문학: 사람에 대한 이해

마지막 부분이 중요합니다. 제가 거의 1년을 가르친 한 수강생이 말했습니다:

“스승님, 결국 인문학이네요.”

– 사다리스쿨 수강생

맞습니다. AI를 공부할수록, 결국 사람 공부, 본성 공부, 자기 공부로 돌아옵니다.

21세기 교육관: 파충류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

마무리로 조금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여러분, 이런 거 피곤하시죠? 계속 새로운 거 배워야 하고…

“옛날 교육관은 포유류형이었습니다.”

포유류는 어떻습니까? 성체가 되면 더 이상 안 큽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키가 지금 키입니다. 옆으로는 크지만 위로는 안 큽니다.

20세기 교육: 대학교에서 전공 배우고 → 그걸로 20년 우려먹고 → 은퇴

이게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교육관은 파충류형이어야 합니다.”

파충류는 어떻습니까? 죽기 전날까지 큽니다. 나일강에서 제일 큰 악어는 나일강에서 제일 나이 많은 악어입니다.

“100년 묵은 이무기가 용이 된다”는 말이 왜 나왔을까요? 파충류는 오래될수록 커지기 때문입니다.

🦎 21세기 교육관

21세기는 내일 숟가락을 놓더라도, 오늘은 계속 뭔가를 배우고 있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게 피곤하게 들리시나요? 그런데 희망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혼자서 책 뒤져가며 공부해야 했지만, 지금은 AI한테 물어보면 가르쳐줍니다.

“렘브란트 조명이 뭐야?”
“어떤 상황에서 쓰는 거야?”
“예시 이미지 보여줄 수 있어?”
“내가 만들고 싶은 건 이런 건데, 어떤 조명 기법을 쓰면 돼?”

AI와 대화하며 배울 수 있는 시대입니다. 단, 배우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마치며: 결국 기획이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겠습니다. AI 시대에 영상의 80%는 이제 기획에 달려있습니다.

VEO3가 뭘 해주든, 나노바나나가 얼마나 인물 일관성을 잘 유지하든, 클링이 얼마나 부드러운 영상을 만들어주든…

기획이 없으면 다 소용없습니다.

그리고 AI 시대의 기획은 LLM(ChatGPT, 제미나이, 클로드와 같은 언어모델AI)과 함께합니다:

  1. 클라이언트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2. 전문 용어로 명확하게 지시하고
  3. 자기 분야의 깊은 지식으로 판단하고
  4. 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서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전문 지식입니다.

  • 더 좋은 말이 나와도, 말 잘 타는 사람이 이깁니다.
  • 더 좋은 카메라가 나와도, 촬영 잘하는 사람이 이깁니다.
  • 더 좋은 AI가 나와도, 영상 잘 만드는 사람이 이깁니다.

그러니 지금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1. 툴을 습관처럼 배우되, 집착하지 말 것
  2. AI의 본질을 이해하고, 영상 제작을 위해서는 PE3원칙과 스타일키워드로 소통할 것
  3. 자기 분야의 전문 지식을 깊이 있게 쌓을 것
  4. 그리고 결국, 인문학. 사람에 대한 공부.

창원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생각했습니다.

‘결국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구나.’

좋은 영상은 좋은 기획에서 나오고,
좋은 기획은 깊은 전문 지식에서 나오고,
깊은 전문 지식은 끊임없는 배움에서 나온다는 것.그리고 그 배움이 이제는 AI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이 글은 2025년 9월 경남 영화영상 아카데미 특강 <구글 VEO3로 본 AI 영상 제작의 현재>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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